건강음료, 잘못 먹으면 毒 된다
글 : 이미숙 / 식생활 클리닉 '건강한 식탁' 원장
봄철 이상 고온현상이 유난하다. 때 이른 더위에 시원한 음료수를 찾는 손길도 분주하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음료업체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건강’은 빠질 수 없는 마케팅 키워드가 됐다. 넘쳐나는 음료 중에 과연 어떤 음료가 우리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까?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여름 음료 시장은 달콤하고 톡 쏘는 탄산음료가 장악했었다. 그러다 최근 들어 탄산음료 시장은 웰빙 열풍에 직격탄을 맞았다. 콜라나 사이다로 대표되는 탄산음료가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이 번지면서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더는 탄산음료를 집어 들지 않는다.
탄산음료의 왕좌를 빠르게 꿰찬 것은 물 대신 마실 수 있는 맛이 강하지 않고, 건강까지 생각했다는 음료들이다. 맛과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소위 혼합차 혹은 혼합 침출차라 불리는 제품들이다.
최근 혼합차 시장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녹차, 보리차, 옥수수차, 검은콩차를 비롯해 각종 혼합 침출차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거나 항산화성분이 들어 있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효과를 강조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물론 일부 기능성 성분이 이들 음료에 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설탕 덩어리 탄산음료를 대체하기에는 매우 훌륭한 제품들인 것도 맞다. 하지만 이들 음료를 안심하고 물처럼 많이 마셔도 좋다고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차 음료 가운데 특히 녹차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그동안 녹차는 건강에 좋다는 이미지만 강했을 뿐 떫고 쓴맛을 싫어하는 소비자가 많았던 탓에 외면을 받아왔다. 이에 음료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다 부드러운 맛의 녹차를 만들어 소비자들의 입맛까지 만족시키려 노력했고, 그 결과 평소 녹차를 즐겨 마시지 않던 젊은 층 공략에 성공했다.
녹차의 항산화효과, 항암효과는 이미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입증되고 있기 때문에 녹차음료를 마시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연구에서 위염 혹은 위궤양이 있는 경우에 녹차의 카페인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빈속에 녹차를 마시면 속이 쓰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현재 위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이런 경우에는 녹차보다 맹물을 마시는 편이 안전하다.
V라인 얼굴, S라인 몸매를 강조하는 옥수수수염차는 이뇨작용이 있다. 과도한 수분이 체내에 축적돼 부종이 있다면 이뇨작용이 있는 옥수수수염차가 얼굴의 부기를 가라앉혀줄 수 있다. 부종이 사라지면서 일시적으로 살이 빠진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부종에 대한 근본적이고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신장기능이 나빠 부종이 생겼다면 옥수수수염차로 부종을 가라앉히며 치료시기를 놓치는 것보다 신장을 제대로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다. 또한 자칫 욕심을 부려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옥수수수염차를 마셨다면 과도한 이뇨작용 때문에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잠을 설칠지도 모른다.
보리차, 옥수수차도 고급이미지로 포장돼 음료시장을 파고들었다. 생수처럼 밍밍하지 않고 구수하거나 깔끔한 맛이 있어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 그런데 병에 든 보리차나 옥수수차는 집에서 끓인 것과 어딘가 모르게 맛이 좀 다르다. 조금 더 구수하게 만들기 위해 합성착향료를 넣었기 때문이다.
여름철엔 이온음료 판매도 급증한다. 이온음료는 땀으로 손실되는 미네랄이온을 보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이기 때문에 미네랄이 포함된 땀을 아주 많이 흘린 다음에는 이온음료가 맹물보다 효과적이다.
하지만 운동이나 노동으로 심하게 땀을 흘리는 경우가 아니고 단순히 목이 말라서 음료를 마시는 경우라면 다시 한 번 신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온음료에는 땀의 성분인 나트륨이 들어 있다. 따라서 나트륨 제한이 필요한 고혈압이나 신장질환 환자, 혹은 부종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시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사람이 물을 마셔야 하는 이유는 생명유지, 신진대사에 물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물의 기능 이외에 뭔가 부가적으로 건강에 더 유익할 것이라 생각하고 마시는 음료가 물의 원래 기능을 방해한다면 결코 올바른 선택은 아니다.
단지 맛이 있어서 음료를 마신다면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음료선택의 기준이 건강이라면 조금 더 심사숙고해야 한다. 나에게 맞지 않는 건강음료는 맹물만도 못하다.
필자 약력 -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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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 doctor@dietnote.co.kr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식품영양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하고 서울의대 암연구소, 서울의대 병리학교실에서 선임연구원을 지내고 서울여자대학교 식품과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했다. 현재는 1999년부터 온라인 영양상담실 '건강한 식탁'을 통해 잘못 알려진 상식을 바로잡고 올바른 식생활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TV, 라디오, 잡지, 서적출판 및 강연 등 각종 매체와 경로를 통한 활동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방송 활동으로는 KBS ‘무엇이든 물어 보세요’, SBS ‘백세건강 스페셜’, MBS ‘기분 좋은 날’ 등의 정보 프로그램에 전문가 패널로 출연했으며, 이 외에도 다양한 방송에서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올바른 식생활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식의 배신', '하루 1200칼로리 다이어트', '내 몸을 살리는 먹거리 상식' 등이 있으며, ‘노화를 막는 최고의 밥상’, ‘순한 자연이유식&유아식’, ‘1주일에 하루만 하는 다이어트’ 등 다수의 책을 감수하였고, 다양한 매체의 건강 및 식생활 칼럼을 통해 꾸준히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출처 : 조선일보 20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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