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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약없이 숙면훈련으로 완치하기

조약돌의꿈 2014. 8. 7. 19:46

불면증, 약없이 숙면훈련으로 완치하기

 

: 유태우 / '닥터 U와 함께 몸맘삶훈련' 원장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큰 고통인데, 더욱 심각한 것은 그것이 매일 밤 반복된다는 것이지요. 잠을 못 자는 것도 고통이지만, 낮은 낮대로 고통의 연속입니다. 피곤하고, 집중이 잘 안되며, 짜증이 쉽게 납니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고, 실수도 많고 사고도 잘 나지요. 고통이 크고, 만성이 되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하는 아주 심각한 질병입니다.

불면증을 벗어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술이지요. 그러나 술로 유도된 잠은 자연수면과는 거리가 먼, 질이 나쁜 수면입니다. 둘째는 몸을 힘들게 하거나 피로하게 해서 자는 방법입니다. 그날 그날은 넘어 갈 수가 있지만, 체력을 점점 소모시키게 되지요. 몸을 힘들게 하거나 운동을 하면 뇌와 수면중추는 사실상은 더 각성하게 됩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마사지, 수면제, 한약제, 허브 등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 순간에는 효과가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용량을 늘려야 하지요. 더 큰 문제는 끊으면 더 심한 불면증을 겪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방법들은 모두 불면증이라는 결과를 고친 것이지, 그 원인을 고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공통입니다.

그렇다면, 불면증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고, 이에 따른 근본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잠시 어렸을 때로 되돌아 가볼까요? 신나게 뛰어 놀다가,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던 기억이 나지 않습니까? 뇌 속의 깊은 곳, 뇌간이라는 곳에 수면중추가 위치해 있습니다. 수면중추는 내몸과 마음을 감시하고 있다가, 수면이 필요하면 내몸을 여지없이 자게 만드는 기능을 수행하지요. 이는 대뇌의 작용인 의식과는 관계없이 일어나는 불수의작용입니다. 호흡, 심장박동, 소화가 저절로 일어나는 것과 같지요.

성인이 되어 생각하고 느끼고 해야 할 일이 많아지면, 대뇌의 기능이 늘어나면서 스스로 알아서 기능하는 수면중추를 간섭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대뇌가 잠을 자라고 명령하면, 수면중추는 오히려 더 각성하게 되지요. 예로, 잠에 들기 위해 1000, 993, 986 같이 숫자를 거꾸로 세는 것도 사실은 대뇌가 수면중추를 간섭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대뇌에 의한 수면중추의 간섭이 불면증의 근본 원인입니다.

어떤 분들은 전립선 때문에 소변을 보기 위해 잠을 깬다고 하지요? 물론 전립선비대증의 자극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입니다. 어렸을 때를 기억해보면, 밤중에 오줌을 싸고도 전혀 모르고 자버린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지요. 입이 말라서 깬다든가, 무릎이 아파서 깬다는 것도 알고 보면 숙면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불면증의 근본 치료는 과도한 대뇌 작용을 줄이고, 수면중추 본래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법이어야 합니다. 약이나 물질 또는 기구의 도움 없이 아무데서나 스스로 잘 잘 수 있게 만드는 훈련이지요. 이를 숙면훈련이라고 합니다.

숙면훈련의 첫째는, 하루 몇 시간을 자야 된다는 생각을 버립니다. 평균적으로 하루 7-8시간의 수면이 물론 더 짧거나 더 긴 것보다 건강에 유리하기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평균에 불과합니다. 각 개인에 적정한 수면시간은 각 개인의 몸이 필요한 만큼 알아서 결정을 하게 되지요. 어떤 사람은 3시간으로 충분하고, 어떤 사람은 10시간이 필요하기도 한 것입니다.

둘째, 기상시간을 정하고,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납니다. 특히, 주중 주말 가리지 말고 똑같아야 하지요. 숙면훈련 동안은 낮잠과 초저녁에 TV를 보다가 소파에서 잠드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중간에 조는 것도 조심해야 하지요. 이것만 정하고 나머지, 즉, 몇 시에 자고 몇 시간을 자는 것은 내몸의 수면중추가 알아서 하게 하면 됩니다. 내가 하는 노력은 깨어나고 안 자는 것만 하고, 내몸이 알아서 나를 자게 할 때가 바로 숙면이 되지요.

예를 들겠습니다. 아침에 6시에 기상하기로 정합니다. 처음에는 알람이나 가족의 도움을 받아도 되지요. 스스로 꼭 일어나겠다고 정하면 며칠 내로 이런 도움 없이도 스스로 깨게 됩니다. 보통 자는 시간이 밤 11시였다면, 11시 이전에는 절대 자지 않습니다. 11시 이후에는 자도 되지만, 졸려야만 자야 하지요. 졸리지 않으면 일을 하던, 놀던, 독서를 하던 잠을 안 자려고 합니다. 그리고, 졸리면 잠자리에 눕는데, 누워서 5분 내에 잠이 들지 않으면 바로 일어나서 다시 깨어 있으려고 노력을 해야 하지요.

처음에는 물론 잠이 줄어들게 되고, 낮에 졸리기 시작합니다. 낮에 졸리는 것을 잘 참아내면, 그날 밤에 잠들기가 휠씬 수월해지기 시작하지요. 보통 1주 정도만 훈련하면 숙면에 도달하게 됩니다.

하룻밤 여덟 시간 정도는 자는데 2-3번은 꼭 깨는 사람들을 위한 훈련입니다. 위의 예에서와 같이 아침 6시에 일어나고 밤 11시에 잔다면, 새벽 4시가 기준이 됩니다. 새벽 4시 이후에 깨면, 그 날은 다 잔 것이지요. 더 이상 자지 말고 바로 하루의 활동을 시작합니다. 새벽 4시 이전에 깨면, 졸리면 다시 자도 됩니다. 졸리지 않으면 마찬가지로 계속 안 자는 훈련을 합니다. 그러면 마지막에는 한번도 깨지 않는 잠을 자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수면시간이 3시간 정도까지 줄어들 수도 있지요. 그래도, 거기까지는 가야 합니다. 일단 한번도 깨지 않는 숙면을 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내몸이 알아서 수면시간을 필요한 만큼 늘려줍니다.

결과를 치료하면 당장 고통은 면할 수 있어도 불면증은 만성화가 되고, 원인을 고치면 훈련은 힘들어도 불면증은 완치가 됩니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필자 약력 - 유태우

'닥터 U와 함께 몸맘삶훈련' 원장
E-mail : dru@doctoru.kr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가정의학과전공의 과정을 수료, 동 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주임교수를 역임했다. 여러 매체를 통해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하던 ‘닥터 U’는 오리온의 프로젝트로 더 널리 알려지며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태우박사를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대학병원에서 독립한 후 당연히 기존 개념의 ‘병원’일 것이라는 추측을 뒤집고 등장한 ‘몸맘삶훈련’에서는 닥터 U만의 ‘몸맘삶의학’을 만날 수 있는데 여기에 닥터 U의 의학 철학이 모두 담겨 있다. 기존의 ‘병, 진단, 처방’의 고정관념을 깨고, 인간의 몸맘삶에 두루 관여하는 생각이나 습관, 행동 등 전반적인 부분의 개선을 통해 사람을 행복하고 건강하고 더 크게 한다는 것이 기본 바탕이다.

주요 저서로는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질병완치>, <2개월에 10kg>, <남자의 뱃살> 등이 있다. 번역서에는 <내몸 아름답게 만들기>, <내몸 젊게 만들기>, <내몸 사용설명서>가 있다.



출처 : 조선일보 2013.11.27 (건강 & 다이어트 >명의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