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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여드름 약, 정말 괜찮은가

은빛조약돌의 꿈 2010. 5. 7. 13:50

피부, 여드름 약, 정말 괜찮은가
먹자니 부작용 걱정, 안 먹자니 울긋불긋
여드름이 심하게 곪은 환자에게 약을 처방 하자, 미간을 좁히며 따지듯 물었습니다. “모공이 커지고 피부가 더 예민해진다면서요?” “제 친구가 그러는데요, 한번 먹으면 영원히 먹어야 하고 약을 끊으면 다시 여드름 범벅이 된대요.” “약을 먹으면 속이 쓰리고 나중에는 간도 망가진다던데….” 이런 환자를 설득하다 보면 약장수가 된 기분마저 듭니다. 그런데 여드름 약, 정말 위험할까요?

여드름 약은 과다하게 분비되는 피지를 억제하는 약, 여드름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 모공의 각질을 녹이는 각질 제거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피지 억제제는 이미 진행된 여드름에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성분은 합성 비타민 A제제인 이소트레티노인(isotretinoin)이며 성분명보다는 ‘로아큐탄’이라는 약의 상품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성분은 피지 분비를 조절해 줄 뿐 아니라 여드름 균의 활동성을 떨어뜨려서 빨갛게 곪은 화농성 여드름의 염증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단 피지 억제 효과가 지나치면 얼굴이 당기는 느낌이 들 수 있으며 피지선이 발달하지 않은 눈가나 입가가 건조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 FDA가 “이 약물은 피지 조절에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태아에게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으니 임신을 계획하고 있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성이라면 최소 한 달 전부터는 이소트레티노인 제제를 복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일부 여성들은 피임약을 여드름 치료제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여드름은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안드로겐이 피지선을 자극해서 생깁니다. 여성호르몬 제제로 만들어진 피임약을 먹으면 피지 분비도 자연스레 줄어들지요. 하지만 자연스러운 호르몬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에 피부과에서는 피임약 사용을 권하지 않습니다.

여드름 균을 잡는 항생제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그중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은 울긋불긋하게 올라온 화농성 여드름의 염증을 서서히 가라앉혀 줍니다. 적어도 1~2개월은 꾸준히 복용해야 만족할 만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항생제는 속쓰림이나 설사, 어지럼증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만약 부작용이 있을까 염려된다면 정장제나 소화제, 제산제를 함께 처방 받아 복용하세요.

여드름 약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종류가 훨씬 다양해서 피부 타입이나 여드름 상태에 따라 골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드름 약을 안 쓰겠다고 무조건 고집 부리지 마세요. 여드름 약을 먹으면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꼼꼼히 살피고 내 여드름 상태에 맞는 약을 선택하는 게 최선입니다.

: 김 연 진 | 이화여대 의대 졸업. 이지함피부과 공동원장 역임. 현재 대한피부과의사회 학술위원 및 대한피부미용 외과학회 이사, 퓨린피부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