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조약돌의 꿈 2010. 7. 28. 11:56


- 우리 산에서 난 갈근으로 10년 된 난치병 완치

태음인의 가려움증에 최고의 효과 보여

흰 꽃을 활짝 피운 산작약

칡은 우리 산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다. 한방에서는 갈근(葛根)이라 하여 아주 중요한 약재로 쓰인다. 칡은 전분이 많아 식용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재미교포 한 분이 칡을 재배하여 그 뿌리에서 녹말을 추출해 병원에서 환자에게 주는 식품으로 가공해서 거액을 벌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산에서 나는 칡은 확실히 DNA가 다르단다. 중국산이나 미국산보다 핵산이 많고 약효가 뛰어나다고 한다. 요즘은 차로도 마시고 냉면도 해먹고 죽으로도 끓여먹으면서 그 용도가 다양해졌다.

이제마 선생은 갈근이 간의 열을 내리고 모든 과민반응을 치료한다고 했다. 특히 호흡기를 양생하는 데 특효하다고 했다. 그래서 우선 비염이나 축농증에 널리 쓰인다. 필자도 50여 년간의 임상에서 갈근을 써 비염과 축농증을 치료하는 데 큰 효과를 보았다. 중도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치료만 하면 거의 낫는 확률을 보였다. 요즘 학생들의 고질적인 비염·축농증은 체질이 태음인일 경우 <동의수세보원>에 기록된 청폐사간탕을 쓰면 정확히 낫는다.

한 중년 남자가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10년을 고생하고 있었는데 백약이 무효였다. 역시 체질이 태음인이었는데 청폐사간탕을 1개월간 복용하고 완치되었다. 그때 반드시 편백나무 숲을 등산하라고 권했다.

전형적인 태음인 중학생이 감기만 걸리면 비염이 생겨 잘 낫지 않았다. 그의 부모가 백방으로 노력하고 치료를 했으나 속수무책이었는데 전화로 물어왔다. 그 학생은 기관지까지 약한 편이었다.

평소 체질적으로 폐에 열이 있는 데다 감기에 걸리면 폐의 고정적인 열이 기관지와 코로 올라와 어김없이 기관지염과 비염이 되면서 오랫동안 낫지 않고 고생을 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청폐사간탕을 써야 하는 증상이었다. 청폐사간탕에는 갈근이 15g이나 들어간다. 약 두 제를 먹고 완치되었을 뿐만 아니라 마치 예방주사라도 맞은 것처럼 감기에도 걸리지 않았다.

갈근은 분명 간의 열을 내리고 호흡기를 도우며 고지혈증·동맥경화·고혈압에 특효하다.

전직 장관이신 분이 중풍으로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내원했다. 진맥을 해보니 태음인에 간열폐조증이었다. 다시 말하면 간이 열을 받음으로써 간에서 분비되는 지방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적어져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자꾸만 끼어 뇌혈관이 점점 막혀 뇌에 혈전이 생겨서 중풍이 된 것이다.

지체 없이 갈근이 많이 들어간 약을 써서 간의 열을 내리고 혈관의 지방질을 제거하여 동맥경화를 풀어주니 중풍이 치료가 되고 지금은 정상인과 같이 생활하고 있다. 원래 배가 나오고 체중이 무거웠는데 지금은 체중도 정상이 되어 가볍게 등산을 하고 있다. 이 모두가 다 우리 산에서 나는 칡뿌리 덕택이다.

칡은 피부 알레르기에도 특효다. 아토피가 심한 어린아이가 전신이 가려워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원래 아토피는 태열이라 해서 저항력이 떨어져 피부를 보호하는 호르몬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으로서 관절 마디나 겹쳐진 부분에 각질이 생기면서 몹시 가려워서 긁으면 염증이 생긴다. 잘 낫지 않고 아주 고질적인 병인데 갈근이 특효하다.

한 청년이 어릴 적부터 아토피가 심하여 각종 치료를 했으나 낫지 않고 지금까지도 완치가 안 되었다. 갈근과 감초를 달여 먹고 편백나무 잎을 달여 환부를 씻은 지 3개월 만에 나았다.

갈근은 피부질환에도 쓰였다. 지금은 종기가 없지만 옛날에는 종기 앓는 사람이 무척 많았다. 종기가 생기면 봉과직염이 되어 근 발이 생겨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 갈근 전분을 황산동과 섞어 고약같이 만들어 환부에 붙이면 하룻밤 사이에 근 발을 뽑아낸다.

체중 정상으로 돌아오고 우울증도 나아

 

체중이 100kg 가까운 한 처녀가 부친과 같이 왔다. 10년 전부터 두드러기가 나는데 백방으로 치료해보았으나 이제껏 낫지 않았단다. 한약이고 양약이고 써보지 않은 약이 없건만 아무 소용이 없어 항히스타민이란 임시 치료약을 쓰다가 호르몬요법을 하니까 비만까지 왔지만 할 수 없이 그 약으로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란다.

“도대체 어디가 아프고 말지, 이 가려움은 정말 참을 수 없어요. 어떻게 좀 완치하는 방법이 없습니까? 제발 우리 딸을 살려주세요. 체중이 늘어서 비만해진 데다 우울증까지 와서 정신과 약까지 먹고 있어요. 심지어는 자살소동까지 벌이니 비극 중의 비극입니다. 어떻게 방법이 없겠습니까?”

“우선 진찰을 해봅시다.”

체질감별과 진맥을 한 결과 태음인 체질이고 간에 열을 받아 만성장염으로 나타났다.

“진찰 결과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따님은 체질이 태음인인데 태음인은 간이 크고 폐가 작은 체질입니다. 그런데 간이 뜨거워졌고 그 뜨거움이 장에 영향을 주어서 만성장염 증상을 보여 장에서 흡수된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이 간을 거쳐서 피 속에 녹아 들어가 가려움증을 일으키고 두드러기가 나는 것입니다. 항히스타민제를 쓰면 일시적으로는 낫지만 약 기운이 떨어지면 도로 마찬가지가 되어 오래 낫지 않은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간의 열을 내리게 하여 장염을 치료하면 나을 것 같으니 약을 한번 써보시지요.”

“아, 그렇습니까? 나을 수 있겠습니까? 고맙습니다. 부디 딸아이만 살려주시면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그래요? 무엇입니까? 꼭 지키겠습니다.”

“기름에 튀긴 음식은 먹지 마세요. 그리고 흰색 크림을 먹어서는 안 됩니다. 또 태음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됩니다. 긴장하거나 화를 내면 간에 열이 올라와서 장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에 마음을 즐겁게 먹고 항상 기뻐하고 즐거워해야 합니다. 지금은 괴롭고 짜증이 나지만 병이 완치되어 모든 자각증상이 없어지고 편해지면 무한한 행복감에 사로잡혀 아주 낙천적인 성격이 됩니다. 그래서 비만도 치료되고 우울증도 낫고 몸과 마음이 아주 편해질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 꼭 낫게 해주십시오.”

“예, 최선을 다해봅시다.”

처방으로는 갈근해기탕을 선택했다. 이 약은 간의 열을 내리고 장염을 치료하여 피부를 윤택하게 풀어주는 약이다. 여기서 간에 열이 있다는 뜻을 설명하자면, 한방에서는 기화병론이라고 각 장기에는 기가 있는데 6가지 기중에서 열기라는 것이 편중하여 간에 쌓여 있다는 뜻이다.

“약을 얼마나 먹어야 할까요?”

“기간은 지금 정할 수 없고, 우선 10일분을 써보세요.”

10일분을 먹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소 실망하여 다시 10일분을 써보았다. 한 달을 먹고 나서야 양약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희망을 갖고 약을 복용하여 3개월 만에 양약을 먹지 않아도 되었다. 눈물을 흘리면서 감격했다. 10년 된 난치병을 갈근해기탕이 치료해냈다. 그 후 1년이 못 되어 다이어트를 안 해도 체중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우울증·조울증도 다 나아서 아주 명랑한 아가씨가 되어 시집가서 아이를 둘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놀라운 일이었다. 원인을 정확히 알면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나는 이제마 선생의 업적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한다. 선생은 태음인은 간의 열로 인하여 피부질환이 온다고 누누이 역설했다.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상천외한 학설이다. 그러나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 산에서 나는 칡이 얼마나 좋은가. 삼천리 금수강산 지천에 널린 칡뿌리가 이렇게 위대할 줄은 몰랐다. 요즘 피부에 좋다면 무엇이든지 먹고 찍어 바르는 세상인데 핵산이 많은 우리 칡은 재조명되어야 한다. 재배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생하는 우리의 칡, 한방약으로 널리 알려진 갈근, 그 중에서도 외국 어느 나라 것보다 약효가 뛰어난 칡을 장려하여 국가 브랜드를 높여나가야겠다.


/ 최형주 한의학 박사·영등포 명성한의원 원장. 한국체질의학연구회 회장. <예언(豫言)> <비방(秘方)> <산해경(山海經)> 등 저술

 

출처 : 월간 산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