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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 앞에 설 때는

은빛조약돌의 꿈 2012. 8. 11. 21:29


 


      내가 남 앞에 설 때는

      내가 남 남 앞에 설 때는 늘
      내 고향을 생각합니다.
      바닷가 시골 그 작은 동네에서 발가벗고 자란
      보잘 것 없는 아이였음을 생각합니다.

      내가 글을 쓸 때는 늘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배운 것은 없지만 소박하고 성실하게 스신
      아버지의 일기를 생가하면서 글을 씁니다.

      내가 일을 할 때는 늘 어머님을 생각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불평하지 않고 사랑과 희생으로
      최선을 다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일을 합니다.

      내가 공부를 할 대는 늘 나를 격려해 주신
      선생님을 생각합니다.
      그 부드러운 목소리와 신뢰의 눈빛을 떠올리면서
      공부를 합니다.

      내가 사랑을 할 대는 가장 깊이 사랑한
      어느 순간을 생각합니다.
      지금의 사랑이 그 깊이와 넓이에 닿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사랑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만날 대는 한 친구의 우정을
      생각합니다.
      그 친구와 우정처럼 믿음이 있고 순수하고
      진지한지를 생각하면서 사람을 만납니다.

      내가 길을 걸을 때는 옛날 사람들의
      발걸음을 생각합니다.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산 넘고 물 건너
      몇 달 몇 년을 걸어간 옛 사람들의
      발길을 생각하면서 길을 걸어갑니다.

      내가 이별을 할 때는 내가 겪은 이별의
      아픔을 생각합니다.
      그 아픔이 그에게 없을 것인지를 생각해 보고
      이별의 소식을 전합니다.


      -  정용철 《마음이 쉬는 의자》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