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너무 간단한 장마철 건강관리

조약돌의꿈 2009. 7. 31. 09:54

너무 간단한 장마철 건강관리

장마철이다. 생각만으로도 꿉꿉한 습기가 몸과 마음을 축축 잡아 끈다. ‘물’ 만난 세균과 곰팡이들만 신이 났다. 옷, 이불, 신발, 책상, 식탁, 조리대 등 세상 웬만한 것들은 벌써 이들이 점령했다. 발가락, 사타구니, 겨드랑이, 가슴, 심지어 얼굴까지, 온 몸이 스멀스멀 가려워 온다.

 

갑작스런 복통에 응급실을 찾는 이도 늘어난다. 장마철 건강관리는 인체에까지 세력을 확장하려는 세균, 곰팡이와의 한판 전쟁이다.

장마철 세균, 곰팡이의 집중 공격을 받는 부위는 피부다. 1)흔히 무좀이라 부르는 백선균 2)사람의 입안이나 장관, 질 점막에 상존하는 칸디다균 3)피부 상처를 통해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는 포도상구균이나 연쇄상구균 4)얼굴이나 겨드랑이, 가슴 등 땀이 많고 지방이 많은 부위에서 많은 어루러기균 등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사람을 공격한다.

피부 각질층에 침투해 ‘케라틴’이라는 단백질을 먹고 사는 백선균은 발가락에 침투하면 무좀, 몸통에 번식하면 ‘체부백선’, 머리에 있으면 ‘두부백선’, 사타구니에 퍼지면 ‘완선’이라 부른다. 이를 예방 또는 치료하려면 곰팡이약(항진균제)을 처방 받아 4∼6주 꾸준히 발라야 한다.

 

땀이 차는 구석구석을 깨끗이 씻는 것은 물론, 물기 없이 잘 말려 건조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무좀은 대중이 사용하는 목욕탕이나 수영장에서 잘 옮기 때문에 목욕탕이나 수영장에 다녀온 뒤엔 반드시 비누로 발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칸디다균은 장마철 급증하는 여성 질염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민망스럽게 자꾸 손이 갈 정도로 가렵고 흰색의 걸쭉한 냉이 생겨 사람을 곤욕스럽게 만든다.

 

이 균은 공기 중이나 물속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므로 대중 목욕탕의 비위생적인 타월 사용을 삼가고, 수영장을 다녀온 후에는 깨끗이 씻는 것이 좋다. 그러나 너무 자주 씻으면 오히려 균의 증식을 도울 수 있어 해롭고, 면 속옷,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는 것이 좋다.

포도상구균이나 연쇄상구균은 벌레에게 물렸거나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는 아이가 긁어서 생긴 상처에 침투해 염증과 물집을 일으킨다. 전염성이 강해 아이들 손이 닿는 곳마다 쉽게 옮아 다닌다. 아이들 손을 자주 씻기고, 손톱을 짧게 깎으며, 피부를 긁지 못하게 해야 한다.

어루러기 곰팡이균에 감염되면 나중에 피부가 얼룩덜룩해지므로 여성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예방을 위해선 샤워를 한 뒤 물기를 완전히 닦은 다음 옷을 입고, 수건이나 때 타월 등을 다른 사람과 함께 쓰지 말아야 한다. 땀에 젖은 내의나 속 옷도 바로 갈아입어야 한다. 또 피부에 옅은 갈색 반점이 나타나고 비듬 같은 인설이 덮이면 즉시 피부과를 찾아가야 한다.

장마철, 세균과 곰팡이의 또 다른 중심 공격 루트는 위장이다. 높은 습도는 조리 기구의 세균 오염과 식품 자체의 부패를 촉진시켜 식중독을 유발한다. 때문에 장마철엔 복통, 설사, 구토,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는 장염 환자들이 급증한다. 특히 조심해야 할 세균은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이질균, 병원성대장균, 비브리오균 등이다.

포두상구균은 대부분 손을 매개로 음식을 통해 인체에 침투한다. 균에 오염된 음식을 가열하면 균은 죽지만 독소는 파괴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식중독을 일으킨다. 식품을 냉장보관하고, 손을 청결히 하고, 손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절대 음식을 조리해선 안 된다.

이질균 역시 균에 오염된 환자나 보균자가 배변 후 손을 깨끗이 씻지 않은 상태로 음식을 만들거나 다른 사람과 신체적 접촉을 하는 과정에서 전염된다. 가족 내 2차 발병률이 10~40%로 매우 높으며, 위생상태가 불량한 밀집거주시설에서 집단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손을 깨끗이 씻고, 물과 음식을 충분히 가열해 먹어야 한다.

살모넬라균은 동물이나 동물의 분변에 오염된 음식물이나 식수를 통해 전염된다. 달걀이나 식육을 충분히 익히지 않고 먹을 때 많이 감염되며, 달걀 껍데기에 묻은 닭 똥을 통해 감염되기도 한다. 달걀은 껍데기가 조금이라도 깨진 것을 먹어선 안 된다. 열에 약하므로 완전히 익혀 먹으면 예방 가능하다.

병원성대장균은 감염자의 분변에 오염된 음식이나 식수를 통해 주로 옮는데, 장 벽을 뚫고 침투하거나 독소를 생성해 설사나 혈변 등을 일으킨다. O-157균이 여기에 속한다. 열이나 살균제에 약하므로 음식을 충분히 익혀 먹고, 주방용품을 잘 씻고 소독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비브리오균은 바닷물에 사는 세균으로 여름철에 어패류를 통해 주로 감염된다. 바닷가나 갯벌에서 피부 상처를 통해 옮는 경우도 있다. 어패류는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하며, 간 질환이 있는 사람은 생선 회를 먹지 말아야 한다. 해수욕을 하다 상처가 났을 때는 맑은 물에 씻고 잘 소독해야 한다.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주방 용품을 더 철저하게 씻고, 닦고, 소독하고, 말려야 한다. 도마는 고기용과 야채용을 구분해 사용해야 하며, 나무 재질 도마보다 플라스틱 도마가 좋다.

 

기를 썰고 난 도마는 칼질 틈새의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해 즉시 뜨거운 세제로 씻은 뒤 잘 말려야 한다. 음식은 조리한 즉시 먹어야 하며, 가급적 남기지 말아야 한다. 2~3일 이상 냉장고에 보관된 음식은 아끼지 말고 버려야 하며, 냉장고는 1주일에 한번씩 청소를 하는 것이 좋다.

한편 일반적인 복통은 1~3일 내에 대부분 저절로 좋아지므로 물, 보리차, 달지 않은 이온 음료를 자주 마셔 탈수를 예방하는 것만 신경을 쓰면 된다. 급성인 경우가 아니라면 부드러운 미음이나 흰 살 생선 등으로 가볍게라도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노약자나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환자들, 탈수 증상이 심한 경우엔 병원에 가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편 제 세상을 만난 세균과 곰팡이는 얼굴이라고 사정을 두지 않는다. 특히 눈과 귀를 조심해야 한다. 장마철 습도가 80~90%까지 올라가면 원래부터 귀 속에 있던 곰팡이들이 증식을 해서 외이도염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예방을 위해선 귀를 건조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샤워 중에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샤워 뒤엔 선풍기나 드라이어기로 귀 속을 완전히 건조해 주는 것이 좋다.

수영장에서 많이 옮는 눈병은 물 자체를 통해 옮는 것이 아니라 손을 통해 옮는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문고리, 지하철 손잡이, 샤워기 꼭지와 악수 등을 통해 세균이 침투한다. 항상 손을 깨끗이 씻소, 절대 손으로 눈을 비비지 말아야 한다.

굉장히 복잡한 것 같지만 사실 장마철 세균과 곰팡이를 이기는 아주 간단하다. 첫째, 손을 깨끗하게 씻고 둘째, 몸을 건조하게 유지하고 셋째, 개인위생에 관심을 기울이면 된다. 이렇게 간단한데도 장마철 건강관리에 실패하는 이유는 관심이 없고, 그래서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 : 임호준 조선일보기자


발췌 : http://healt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