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취미

경북 청도로 떠나는 봄 맛기행

조약돌의꿈 2009. 4. 23. 10:29

경북 청도로 떠나는 봄 맛기행

만춘에 접어들며 전국 방방곡곡에 화사한 꽃 사태가 펼쳐지고 있다. 진달래, 벚꽃, 산벚꽃, 조팝나무, 목련....

시각과 후각이 즐거운 시절. 하지만 미각을 일깨우는 미식기행 만큼 흡족한 나들이가 또 없다. 이즈음 '미나리의 고장' 경북 청도를 찾으면 봄느낌 물씬 풍기는 계절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미나리 삼겹살'이 바로 그것이다.

아삭한 생미나리 특유의 향미에 삼겹살의 고소하고도 쫄깃한 맛이 어우러져 잃었던 입맛을 한꺼번에 되찾을 수 있는 별미로 통한다. 곱게 피어난 봄꽃 사이로 고찰 운문사와 화악산, 감와인터널 등 봄이 내려앉은 주변 명소도 함께 찾을 수 있어 4월, 청도로 떠나는 봄나들이는 오감이 흡족한 여정을 꾸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미나리 삼겹살에 감와인 한잔 쭉~
무농약 재배 품질인증 받아

▶한재 미나리타운
청도군 청도읍 평양1-2리와 상리, 음지리 일원, 일명 한재미나리마을에는 요즘 평일-주말 가릴 것 없이 내방객으로 북적인다. 대구-경북지역은 물론 부산, 울산 등지에서 승용차와 관광버스 편으로 미각기행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든다.

 

 

 

'한재미나리'는 화악산(해발 931.5m) 중턱에서 흐르는 맑은 물로 재배되는 청정미나리. 비타민A와 칼륨, 칼슘이 풍부해 춘곤증 예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일대는 고품격 미나리의 대명사격인 한재미나리의 주산지로 130여 농가가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한적한 농촌 마을 평양리 일대가 거대 미나리 타운으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20여 년 전 부터다. 산 개울가에서 돌미나리를 캐다 심었던 것이 잘 자라, 이후 본격 재배를 하게 됐다. 90년대 초반부터 마을에 미나리 밭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은 1500여 동의 비닐하우스에서 미나리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한재미나리는 1994년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에서 미나리 무 농약 재배 품질인증을 받는 등 품질 면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 인기도 높다. 이 마을에 미나리 농사의 붐을 일으킨 박기호씨(세미칼 영농조합법인)가 생산하는 세미칼미나리의 경우 칼슘과 미네랄 함량이 많아 비싼 가격을 받고 있지만 공급이 달려 구하기조차 쉽지 않다.

 

 

▶운문산 운문사
운문면 신원리 소재 신라 고찰 운문사는 국내 대표적 비구니사찰이다. 세속과 떨어진 여승들이 수도하는 도량답게 가람의 조경이 깔끔하게 잘 정돈돼 있다. 일반적으로 산기슭에 자리한 사찰과는 달리 운문계곡을 곁에 두고 평지에 가람이 배치돼 전체적으로 드세지 않으면서도 안온한 느낌이다.

가람 초입 아름드리 솔숲도 운치 있다. 길게 이어지는 솔숲진입로는 사찰을 비껴 북대암을 향하는 계곡까지 이른다.

수백 명의 비구니 학인스님들이 공부하는 4년제 승가대학인 운문사는 신라 진흥왕 21년(560년) 한 신승에 의해 창건됐다고 전해진다. 특히 고려 때는 일연이 머무르며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1958년 불교정화운동 이후 비구니 전문 강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 학인스님들은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청규를 엄격하게 실천하고 있다.

운문사를 찾으면 꼭 들어야 할 소리가 있다. '사물'이다. 가죽 있는 축생에게 진리를 전한다는 '법고', 물속의 중생을 제도한다는 '목어', 하늘을 나는 새와 허공을 헤매는 영혼을 천도하는 쇠로 된 '운판', 지옥의 중생까지 제도한다는 '범종'을 아울러 '사물'이라 부른다. 새벽예불 직전과 저녁 공양 이후(오후 5시45분 경) 사찰 입구에는 2층 종각에서 울려 퍼지는 장엄한 사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운문사는 법보의 보고이기도 하다. 비로전(보물 제835호), 삼층석탑(678호) 등 보물이 7개에, 만세루 옆 땅으로 길게 가지를 뻗친 500년 넘은 처진소나무는 천연기념물(180호)로 지정돼 있다. 이 나무는 매해 음력 삼월삼짇날 막걸리 12말을 받아먹고 기를 보충한다.

 

▶감와인터널
청도는 '감의 고장'이다. 전국 감 생산량의 30%를 차지할 만큼 청도 땅 어느 곳을 가도 감나무가 지천이다. 특히 가을이면 감나무 가지마다 주먹만한 빨간 감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어 장관을 이룬다. 논농사보다 소출이 높아 날이 갈수록 청도의 감생산은 늘고 있다. 청도 감은 반시라 부른다. 접시처럼 납작하고 씨가 없는 게 특징이다.

감의 주산지답게 감 관련 명물거리도 지니고 있다. 청도군 화양읍 송금리의 폐 철도터널에 문을 연 감와인터널이 관광지로 인기다. 1904년 완공해 1937년 마을 아래로 새 철로가 놓일 때까지 경부선 열차가 지나던 터널로, 무용지물이던 것을 와인창고로 리모델링한 경우다.

이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 '청도와인'에서 청도반시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2004년 감와인 '감그린'을 출시했다.  내부 온도가 사철 섭씨 15도를 유지하는 터널은 천혜의 '와인셀러'에 다름없다. 터널의 총 길이는 1045m. 청도와인측은 이중 일부를 일반 고객을 위한 공간으로 꾸미고, 나머지는 와인 창고로 활용하고 있다. 입구에는 감와인 카페를 운영해 터널 속에서 그윽한 와인향에 젖어들 수 있다. 청도와인(054-371-1100)

<여행메모>
◆가는길=◇승용차:경부고속도로~동대구JC~수성 IC~청도 IC~1번, 55번 국도~청도

◇기차:서울역~청도역(4시간)/ 서울역~동대구역(KTX환승)~청도역 .
 

 

출처 : 스포츠조선 2009.04.08
글ㆍ사진 김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