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엔 '열 공장' 근육 키워야 정상 체온 유지
체온 조절에 취약한 사람과 대처법
열 순환 원활치 않은 혈관질환자, 보온 신경써야 심장병·뇌졸중·치매 환자는 추위 피하는 게 최선
건강한 성인은 한파가 몰아치는 극한 상황이 와도 36~37.5도 사이로 체온을 잘 유지한다. 그러나 마른 노인이나 심혈관질환·갑상선질환·뇌졸중 등을 앓는 사람이나 일부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정상 체온을 잘 유지하기 힘들다. 체온 조절이 어려워지는 이유와 각 대처법을 알아본다.
근력 떨어진 노인=나이가 들면 인체 기능이 떨어지면서 체온 조절이 잘 안된다. 특히 열을 생산하는 근육이 부족한 노인의 경우, 열을 만드는 공장이 일부 폐쇄된 상태나 마찬가지여서 저체온증이 잘 온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최환석 교수는 "노인도 근력을 키우면 추위가 와도 체온 유지가 그리 어렵지 않다"며 "단백질 섭취를 충분히 하고 근력 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혈관질환 앓는 사람=동맥경화증이나 당뇨병, 말초동맥질환, 고혈압 같은 혈관질환을 앓는 사람은 혈관이 이완과 수축을 통해서 열을 내보내고 보호하는 기능을 잘 못한다.
최환석 교수는 "혈관질환 환자는 추운 날 외출할 때 장갑, 목도리, 모자로 보온을 해야 한다"며 "실내에 있을 때도 온도를 일반인 기준(19~20도)보다 높은 24~25도 가량으로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실내 온도 조절이 어렵다면 무릎 담뇨를 덮고, 몸을 조이는 옷은 피한다.
심장질환자=혈액을 온 몸에 공급하면서 열도 생산하는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사람도 체온이 낮을 가능성이 있다.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열 생산을 위해서 평소보다 심장이 과하게 뛰기 때문에 부정맥이 올 수도 있다.
따라서 심장질환자도 추위를 최대한 피해야 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추운 날 눈을 치우는 것 같은 일은 금물"이라며 "추위에 과부하가 걸린 심장에 부담을 더 주기 때문에 오히려 평소보다 활동량을 줄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갑상선질환자=갑상선은 체온 조절을 관장하는 뇌 시상하부에서 내려온 명령을 받고, 갑상선호르몬을 조절해 체온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갑상선호르몬의 양으로 신진대사 속도를 조절해서 체온을 더 떨어뜨리거나 올리는 것이다.
갑상선기능저하증, 갑상선기능항진증 같은 갑상선질환이 있으면 시상하부에서 명령을 내려도 제대로 일처리를 못하기 때문에 정상인보다 체온이 잘 떨어지거나 잘 올라간다. 호르몬치료제 복용으로 신진대사 속도에 이상이 없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뇌졸중·치매·파킨슨병 환자=시상하부가 멀쩡해도 뇌의 운동 중추가 망가져 있으면 체온이 떨어져도 근육에 열을 내라는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뇌의 운동 중추까지 망가진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환자는 추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 최환석 교수는 "이런 환자들은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몸을 보호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소염진통제 복용자=퇴행성관절염·감기·두통 등으로 소염진통제(NSAID)나 해열진통제(아세트아미노펜)를 복용하는 사람도 체온 조절이 쉽지 않다.
박민선 교수는 "이들 약제는 열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개입해 약효를 내는데, 그 결과로 인해 체온이 잘 올라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혈압 약인 베타차단제를 복용할 때도 열 생산이 잘 안된다. 베타차단제가 열 생산에 간여하는 교감신경의 활동을 막기 때문이다.
출처 : 헬스조선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