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질환 구별법 스스로 자기 병을 진단하고 대처하다 보면 병원에 갈 시기를 놓쳐 더 큰 병으로 키우는 경우가 있다. 증상이 비슷하지만 발병 원인과 치료법이 다른 질환이 많기 때문이다. 몸에 이상 증세가 나타날 때는 '진짜' 의사를 찾아가자.
1 자주 숨 차고 기침 심하다? 천식 vs COPD 천식은 기관지의 알레르기 염증 반응으로 생기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공기가 드나드는 기관지의 염증으로 기관지 점막이 붓거나 기관지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면서 발병한다. 숨이 차고, 목에서 그르릉거리는 숨소리가 들리는 것이 특징이다.
기침을 자주 하며 한 번 시작하면 발작적으로 심하게 한다. 그런데 50대 이후에 기침과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먼저 의심하자. COPD도 기관지에서 허파꽈리에 이르는 기도가 좁아지는 병이다.
매년 60만명 이상이 병원 진료를 받지만 병명이 어렵고 생소해 COPD를 의심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숨이 차고 잔기침이 주요 증상으로 천식과 비슷하다. 담배가 주된 원인이라 흡연하고 있거나 과거 흡연한 사람의 발병률이 높다. COPD에 걸리면 얕은 언덕을 오르거나 건물 계단을 오르는 등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이 따른다.
자연스레 신체활동량이 줄어 심혈관질환, 당뇨병, 골다공증, 우울증, 수면장애 같은 합병증이 올 수 있다. 병을 방치하면 숨 쉬기가 힘들어 사망할 수 있다. COPD는 완치가 힘들지만 기관지확장제를 쓰면 폐기능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춰 일상생활에 큰 무리가 없다. 금연은 필수다.
2 목 칼칼하고 기침이 난다? 목감기 vs 인후두역류질환 기침이나 목이 쉬는 증상, 목이 아파 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증상이 나타나면 목감기로 생각하기 쉽지만 인후두역류질환도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인후두역류질환이란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인후두 점막을 손상시키는 것. 이비인후과를 방문하는 환자의 20~30%에서 발생할 정도로 흔하다.
목에 가래가 낀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기침을 자주 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인후두역류질환에 걸리면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 위에 오래 머무는 음식은 위산 분비를 촉진해 인후두를 자극한다. 치킨, 돼지고기, 소고기 같은 육류와 피자나 빵 같은 밀가루 음식이 대표적이다.
음식을 먹고 바로 잠자리에 드는 것도 피한다.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꿔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받는다. 약물은 6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3 가슴 아프다? 역류성식도염 vs 협심증 역류성식도염과 협심증은 발병 부위와 증상이 전혀 다르지만 둘 다 가슴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 헷갈리기 쉽다. 역류성식도염은 위산이 식도 점막을 자극하는 병이다.
위와 식도를 연결하는 하부식도괄약근의 조이는 힘이 약해져 나타난다. 주요 증상은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이다. 이에 반해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좁아져 심장으로 가는 혈류 공급이 줄어들어 생긴다. 협심증은 심장에 통증이 생기는 병이다.
보통 동맥경화증이나 혈전증 때문에 관상동맥이 좁아져 협심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지만, 혈관이 자체적으로 수축하면서 발병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해져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히면 심근경색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통증은 호흡곤란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좌측 어깨 또는 좌측 팔 안쪽으로 퍼지기도 한다.
홍성수 부원장은 "협심증은 심한 운동이나 흥분했을 때 주로 증상이 나타나며, 5분 정도 통증이 지속되다가 안정을 취하면 대부분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고 말했다. 역류성식도염으로 진단되면 주로 위산분비억제제나 위식도운동촉진제를 복용해 치료한다.
반면 협심증은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관상동맥을 확장시키는 '니트로글리세린' 같은 약물로 치료한다. 증상이 심하면 혈관에 가는 관을 삽입해 혈관을 확장하는 스텐트삽입술을 받는다.
4 손이 떨린다? 수전증 vs 파킨슨병 수전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알코올 중독 외에도 갑상선기능항진증, 간이나 신장 이상, 저혈당, 뇌질환, 본태성 떨림 등으로 수전증이 올 수 있다. 중뇌에 있는 흑질이라는 부위가 손상돼 발병하는 파킨슨병도 수전증을 일으킨다.
흑질의 70% 정도가 손상될 때 손발 떨림 등이 초기 증상으로 나타난다. 아직까지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파킨슨병에 의한 수전증은 손을 움직이지 않고 쉬고 있을 때 더 심하게 나타난다. 또 일반 수전증은 양손 모두에서 증상이 나타나지만 파킨슨병에 걸리면 초기에 한쪽 손이 먼저 떨린다.
수전증은 무언가를 잡으려고 할 때 떨지만 파킨슨병에 걸리면 가만히 있을 때 떨다가, 움직이면 떨림이 멈춘다. 수전증은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반면 파킨슨병은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없어 진행을 늦추는 데 역점을 둔다. 주로 도파민제를 사용해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해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해소한다.
5 소변 보는 것이 불편하고 힘들다? 과민성방광 vs 전립선비대증 과민성방광은 방광 기능이 너무 예민해 급하게 요의를 느끼고 소변을 자주 보는 병이다. 정상적인 방광은 소변이 300~500mL 찼을 때 방광 근육이 수축해 반응한다. 반면 과민성방광에 걸리면 소변이 방광에 반밖에 차지 않아도 소변을 내보내라는 신호를 보내 자주 마렵고, 한 번 마려우면 참기 힘들다.
전립선비대증의 주요 증상은 과민성방광과 정반대다. 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이 과도하게 커져 요도를 좁히거나 아예 막는 병이다. 그래서 소변을 보기가 힘들고 막상 봐도 시원하지가 않다.
과민성방광과 증상이 유사한 질환은 방광염이다. 방광염에 걸려도 빈뇨, 야간뇨, 절박뇨 등이 나타난다. 두 질환은 염증으로 구분해야 한다.
방광염은 세균 감염에 의한 염증이 원인이므로 소변검사에서 염증이 발견되며, 염증을 비롯한 다른 질환이 없을 때는 과민성방광으로 진단된다. 과민성방광은 약물로 치료한다. 방광의 근육 수축을 억제하는 항무스카린제가 널리 사용되는데 최소 3개월은 복용해야 한다.
전립선비대증도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알파차단제나 5알파환원효소억제제 같은 약물로 치료한다. 증상이 심하면 레이저 등을 이용해 비대해진 전립선을 제거해야 한다.
6 목이 아프고 팔이 저리다면? 목디스크 vs 후종인대골화증 흔히 '목디스크'라 하는 경추간판탈출증은 경추 디스크가 터지면서 수핵이 신경근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뒷목이나 어깨 통증이 동반되고 팔과 어깨저림, 손가락 끝까지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 심해지면 척수가 손상돼 다리 힘이 약해지거나 마비가 나타난다.
후종인대골화증에 걸려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후종인대골화증은 목뼈를 지지하는 인대가 뼈처럼 딱딱하게 굳어 척수를 압박하는 병이다. 외상과 당뇨병, 비만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뒷목이 뻐근하고 목을 숙이거나 젖힐 때 통증이 나타나고 이후에는 어깨와 팔이 저린다.
후종인대골화증 발병 초기에는 소염진통제나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후종인대골화증이 심해지면 경추척수증이 생길 수 있다.
경추부 척수가 눌리는 병으로, 증상이 목디스크나 중풍과 비슷하며 심하면 사지가 마비될 수 있다. 이때는 목 뒤쪽으로 접근해 좁아진 척수 신경관을 넓히는 경추후궁성형술을 고려해야 한다. 송준혁 원장은 "경추후궁성형술은 수술 자체가 고난이도이기 때문에 경험 많고 믿을 수 있는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7 어깨가 뻐근하다? 오십견 vs 석회화건염 어깨가 아프고 어깨 관절이 굳는 듯한 느낌이 들 때 주로 오십견(동결견)을 의심한다. 오십견은 어깨관절을 감싸는 관절막이 노화하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노화 외에 어깨 관절 부상을 입었거나 평소 어깨를 잘 쓰지 않는 사람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
석회화건염도 오십견과 같이 팔을 들어올리기 힘들고, 잠을 깰 만큼 어깨 통증이 극심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원인은 다르다. 석회화건염은 어깨 힘줄에 석회(돌)가 생기는 질환이다. 일단 어깨에 석회가 생기면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고, 몇 개월씩 통증이 계속되기도 한다.
석회는 생겼다가 저절로 사라지거나, 여러 개가 한꺼번에 생기기도 한다. 서동원 원장은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힘줄의 퇴행성 변화로 힘줄 세포가 괴사된 부위에 석회가 차서 생기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특히 50~60대 연령층에서 만성 석회화건염이 잘 나타난다.
두 질환은 증상이 비슷하지만 약간 차이가 있다. 오십견은 팔 전체에 통증이 있고 본인 의지로 팔을 들어올리는 것이 힘들다. 반면 석회화건염은 어깨 높이 이상으로 팔을 들어올렸을 때 통증이 발생하고 통증은 주로 어깨 끝 쪽에 생긴다.
오십견은 통증이 심하면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를 받지만 자연치유되기도 한다. 하지만 석회화건염은 주로 아픈 부위에 주사치료를 하거나 약물치료, 핫팩, 초음파, 전기자극 등 비수술치료를 한다. 증상이 심하면 관절내시경으로 직접 석회를 제거한다.
8 무릎 통증이 있다? 퇴행성관절염 vs 추벽증후군 무릎이 아프면 무릎 안쪽 연골이 손상되는 퇴행성관절염을 떠올린다. 주로 노화, 비만, 과도한 운동이 퇴행성관절염의 주원인으로, 통증과 함께 무릎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한다. 그런데 추벽증후군이 생겨도 무릎 통증이 있다.
추벽이란 무릎 안에 생긴 부드럽고 얇은 막으로, 두꺼워진 추벽이 주변 연골을 압박하면서 통증을 유발한다. 추벽은 생후 6개월 내에 사라지지만, 성인 3명 중 1명 꼴로 성인이 돼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경우 추벽증후군을 유발하는데 특히 격한 운동이나 무릎을 과도하게 쓰는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추벽증후군은 통증과 함께 무릎에서 뼈가 부딪히는 듯한 '드득'거리는 소리가 특징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증상만으로 두 질환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추벽 상태가 양호하고 연골손상이 적으면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받는다. 만성화된 경우 관절내시경을 통해 손상된 추벽 일부를 제거 한다.
9 허리통증과 다리저림이 동시에 있다? 요추간판탈출증 vs 척추분리증 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은 요추디스크가 터지면서 신경을 누르는 질환이다.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등이 대표 증상이다. 워낙 대중적 질환이라 요통이나 방사통이 생기면 으레 요추간판탈출증을 떠올리지만 하지만 이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 중에는 척추분리증이나 척추전방전위증 환자도 많다.
특히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수술의 약 15%를 차지할 만큼 발병 빈도가 높다. 척추분리증은 척추의 연결고리가 끊어져서 척추마디가 분리되는 질환이다. 반복적으로 허리를 무리하게 쓰는 사람에게서 많다. 무리하게 운동하거나 오래 서 있으면 요통이 심해지고, 쉬면 다시 좋아진다.
척추분리증은 척추전방전위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위아래 척추뼈가 어긋나 앞으로 빠져나온 상태다. 뼈가 앞으로 빠지면 뼈를 통과하는 신경다발이 심하게 눌려 허리와 골반이 아프고 다리가 저린 증상이 심하다.
척추분리증은 허리보조기를 차거나 소염진통제로 대부분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다. 척추전방전위증도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보조기를 착용하거나 물리치료를 받는다. 증상이 심하면 손상된 디스크를 제거하고 환자의 뼈나 인공 뼈를 삽입해 척추를 고정하는 수술 등을 받아야 한다.
10 참을 수 없는 복통이 있다? 충수염 vs 대장게실 맹장염이라고 알려진 충수염은 맹장 끝에 붙어 있는 약 10cm 길이의 충수 돌기에 발생하는 염증이다. 젊은층에서 많이 생기지만 50대 이후에서도 발병할 수 있다. 주로 대변이 딱딱하게 굳어 덩어리가 된 분석이 충수 돌기 입구를 막으면서 발병한다.
충수염의 주증상은 오른쪽 아랫배의 통증인데 대장게실증에 걸려도 비슷한 부분에 통증이 생긴다. 대장게실은 대장벽에서 점막 및 점막하층이 탈출해 생기는 작은 주머니다.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염증이 생기면 충수염과 같이 오른쪽 아랫배 통증이 심하다.
이밖에 오심이나 구토, 변비, 설사가 생길 수 있다. 홍성수 부원장은 "충수가 위치한 오른쪽 아랫배에 통증이 있다면 충수염을 의심할 수 있으며, 아픈 부분을 눌렀다 뗄 때 울려서 아프면 충수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두 질환 모두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복막염에 걸릴 수 있다.
충수염에 걸리면 72시간 내에 충수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대장게실에 걸리면 보통 항생제 치료를 받는다.
출처 : 헬스조선 취재 헬스조선 편집팀 도움말 홍성수(비에비스나무병원 부원장), 서동원(바른세상병원 대표원장), 송준혁(바른세상병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