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취미

걸으면서 주고받는 야생화 이야기

조약돌의꿈 2007. 7. 21. 06:01

 


산마다 야생화가 가득하다. 들판의 봄꽃은 이미 졌지만, 산마루에는 별처럼 아름다운 야생화가 한창이다. 산기운을 고스란히 받고 피어난 신비스럽고 오묘한 야생화를 따라 걷는 생태 패키지 여행!

“꽃길을 따라 걷되 꽃은 밟지 마세요”
야생화 트레킹은 태백과 정선의 경계를 이루는 두문동재(싸리재)(1,268m)에서 시작한다. 등산으로 치자면 산의 9분 능선에서 출발하는 ‘반칙’이지만 이번 여정은 단순한 등산이 아니다.

‘야생화 트레킹’인 만큼 ‘산을 오른다’는 개념보다 ‘꽃을 따라 걷는다’는 기분으로 산행을 하는 것이 옳다. 두문동재까지는 자동차로 오르는 것이 보통. 두문동재에서 남쪽을 바라보자 철쭉으로 유명한 함백산 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산행은 북쪽 금대봉 방향이다.

“분주령의 야생화는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태백시에서 산에 불필요한 나무를 벌목했는데 그 덕에 일조량이 풍부해졌습니다. 그래서 야생화가 계속해서 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만….”

야생화에 취해 한참을 걷고 있는데 산나물을 캐는 한 무리의 아주머니가 나타났다. 옷차림으로 보아 현지인은 아닌 듯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산나물을 캐러 오는 도시 사람 때문에 전국의 산이 몸살을 앓는다. 산나물을 뜯는 여행객이 지나간 자리에는 풀도 쓰러지고 꽃도 떨어진다. 가이드 역시 잊지 않고 당부를 전한다.

“분주령 야생화의 절정은 6~7월이죠”
“많은 사람이 야생화 탐방을 원하지만 트레킹을 한다고 하면 거부감을 표시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분주령으로 가는 도중 가이드는 못내 아쉬운 한마디를 한다. 야생화를 보고는 싶지만 힘들게 걸으면서까지 보기는 싫다는 게으름일까. 하지만 분주령 야생화 트레킹은 굴곡 없이 평평한 오솔길의 연속이니 어린이나 노인에게도 무리가 없다. 금대봉이 뒤로 사라져 보이지 않을 무렵 확 트인 초원 지대가 나타난다. 이곳이 바로 금대봉 분지의 시작이자 분주령이 시작되는 곳.

“분주령에 야생화가 가장 많이 피는 시기는 6~7월입니다. 그때가 되면 이 분지는 야생화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답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모두들 눈을 감고 분지를 가득 메운 야생화를 상상해 본다. 6~7월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다양한 꽃이 지천에 널려 있다. 그중 노란색 군락을 이룬 산괴불주머니꽃과 보라색 군락의 현호색꽃은 그야말로 장관. 평년에 비해 일조량이 풍부해져 더 많은 꽃이 춤을 춘다.

사실 야생화를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간격으로 산을 찾는 것이 좋다. 시기에 민감한 야생화는 일주일 간격으로 다른 종이 고개를 내밀기 때문에 같은 장소라 할지라도 이번 달 꽃이 다르고 다음 달 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분주령의 야생화 역시 제대로 감상하려면 한 달 간격으로 같은 코스를 밟는 것이 좋다.

분지를 벗어나 숲길로 들어서면 길은 점점 좁아지고 나무가 울창하다. 나뭇가지 사이를 비집고 내리쬐는 햇빛이 닿는 곳엔 어김없이 야생화가 피었다. 숲 속에서 보는 야생화 군락은 분지에서 보는 야생화 군락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오솔길은 좁은데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일행이 자꾸 걸음을 멈춰 이동 속도가 눈에 띌 정도로 더디다. 하지만 어떠랴! 시간을 정해놓고 산행을 하는 것이 아니니 곳곳에 멈춰서 얼마든지 아름다움을 감상해도 뭐라 하는 이 하나 없다.

“자연과 더불어 걷는 마음이 중요해요”
꿈속에서 꽃길을 거니는 것처럼 거닐다 보면 오가는 등산객과 나물 캐는 현지인의 목을 축여준다는 ‘고목나무샘’이 나타난다. 샘이라고는 하지만 수량이 극히 적어 샘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등산객 중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바가지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마 샘인지도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 분명하다. 국립지리원에서 공표한 한강의 발원지는 검룡소다. 하지만 어떤 이는 이 고목나무 샘이 진짜 한강의 발원지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검룡소 위쪽에 있는 작은 ‘제당굼샘’을 한강의 원조라고 한다. 어쨌든 진짜 한강의 발원지일지도 모르는 고목나무샘을 뒤로한 채 또다시 트레킹을 시작한다.

고목나무샘을 지나 한참을 걷다 보니 숲의 모양이 조금 달라진다. 가이드에게 물으니 “일본인이 심어 놓은 일본 소나무 아키다송의 군락지”라며 정색을 표한다. 아키다송은 아카시아 나무와 함께 일본인이 심어 놓은 최악의 나무로 손꼽히는 나무다. 높이 자라 숲의 일조량을 모두 차지해버리고, 잔가지가 많아 산불이 일어나기 쉽다고 한다. 옹이가 많아 목재로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하니 그야말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무’인 셈이다. 가이드 역시 아키다송이 무척이나 싫은지 군락지를 벗어날 때까지 ‘독도는 우리 땅’을 외치기 이전에 우리 숲에 남아 있는 일제의 잔존 나무들을 모두 베어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트레킹 막바지 무렵, 분주령의 끝인 푸른 초원이 나타났다. 주민들이 삼삼오오 쑥을 뜯는 모습이 눈에 띈다. 여름이 되면 이 초원은 사람 가슴 높이까지 자라는 쑥으로 뒤덮여 그야말로 ‘쑥대밭’이 된다고 한다. 여기서 30분 정도 걸으면 물소리가 들린다. 검룡소에서 시작된 계곡물이다. 길이 넓어지고 야생화도 급격하게 줄어든다. 아마도 검룡소를 찾아 반대쪽 대로로 올라온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인가 보다. 울창한 숲에 들어앉은 바위 한가운데 지름 5m 정도의 둥근 웅덩이가 패였고 샘물이 솟는다.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이곳이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젖줄인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다. 샘물은 바위를 깎아 흐르며 ‘용틀임폭포’를 만들었다.

어떤 이는 검룡소 주변에 앉아 찬물에 손을 담그며 휴식을 취하고, 어떤 이는 목을 축이며 지나온 야생화의 이름을 하나씩 되새겨 본다. 대둔산 자락으로 해가 기울기 시작한다. 빛이 떨어지자 검룡소의 물이 짙은 푸른색으로 변했고, 일행은 야생화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여행을 마무리 짓는다.

▒ Infomation
여행 기간 매주 토·일 출발(1박 2일)
비용 15만5000원(2인 1실),/ 어린이 1만원 할인
식사 중식(곤드레나물밥) 제공
주요 일정
1일▶08:00 광화문 출발→영월 선돌·태백 싸리재→금대봉 분주령 야생화 탐방→검룡소→태백
2일▶추전역~봉화역(낙동강협곡열차)→영주 부석사→선비촌(소수서원)→서울
문의 02-720-8311 | www.swtour.co.kr

 

▒ 추천 패키지 상품 낙동강협곡열차 with 승우여행사
태백 분주령의 야생화를 마음껏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상품.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비교적 여유롭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의 차가운 물맛을 보는 재미도 톡톡! 트레킹을 마친 후에는 낙동강협곡열차에 올라타 태백의 아름다운 경치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 인터뷰 다슬이네 가족
"온 가족이 즐겁게 걸을 수 있어요"
어린이날을 맞이해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자 야생화 트레킹을 신청했습니다. 저와 아내는 평소 등산을 즐기지만 다슬이는 등산에 익숙지 못해 함께 다니지 못했는데 오늘처럼 야생화 길을 따라 걷는 일정에 다슬이가 무척이나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리나라 산에는 분주령이 아니더라도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많은 야생화가 피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그냥 지나치기 일쑤입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산에 피어 있는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깨달았고, 또 그 아름다운 야생화를 관심을 기울여 보존하고 전파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발췌 : 애니카라이프 > 주말 가족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