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호와 운문사, 둘 다 평온함을 가져다 주는 공통점을 지녔다. 물길을 벗 삼아 쉬엄쉬엄 호반을 달리다 보면 잔잔한 풍경 소리가 어느새 귓가를 맴돈다.
운문호의 새벽 짙은 물안개가 시야를 희롱한다. 수면 위에 부서지는 햇살이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다. 비로소 빡빡한 일상에서 벗어났음을 느낀다. 감상에 젖어 있을 때 바람이 풍경 소리를 전한다. 호수가 끝나는 그곳에 천 년 고찰인 운문사가 있다.
잔잔한 호수면은 마음을 다잡아 주는 마력을 지녔다. 바람이 잔물결이라도 일으키면 감상은 깊어지게 마련이다. 물길이 끝나는 곳에 운치 있는 산사라도 있으면 금상첨화겠다. 여름에 들떴던 마음이 평온해질 테니까. 그런 점에서 운문호와 운문사는 잘 어울린다. 경부고속도로 경산 IC로 나와 청도로 향한다. 금천면과 운문면의 경계에 이르니 운문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운문호 드라이브 코스는 20번 국도를 타고 호수 서쪽을 도는 구간과 69번 지방도를 따라 남쪽을 일주하는 코스로 나눌 수 있다. 남쪽 길을 타면 운문사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서쪽부터 돌아보기로 한다. 지촌리 마을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올 계획이다.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굽잇길이다. 오르막에서는 호수가 한눈에 들어와 시원하다. 때때로 시야를 가리는 가드레일이 아쉬울 따름이다. 길을 따라 무작정 가기보다는 도로 옆에 자리한 작은 마을로 불쑥 들어가볼 것을 권한다. 도로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 있으니까. 특히 공암리 마을 호숫가의 풍경은 장관이다. ‘병풍바위’를 배경으로 울창한 잡풀과 물에 잠긴 고목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든다. 그 한가운데에서 자연을 호령하는 여유를 부려도 좋다. 지촌리 마을에서 차를 돌린다. 지촌교를 건너면서 호수가 시야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호수 남쪽으로 향한다. 69번 지방도로는 우선 가드레일이 눈에 띄지 않아 시야가 탁 트인다. 개산(316.2m)과 호산(311.7m)이 호수를 품은 모습에서 운치가 느껴진다. 운문사로 향하는 길에 조선시대 가옥인 ‘운곡정사’에 들러 예스러움에 취해보는 것도 좋겠다. 호수의 단아함에 푹 빠져 신원리 마을에 이르면 운문사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운문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천 년 고찰이다. 신라시대에 ‘세속오계’를 전수한 원광법사와 <삼국유사>를 쓴 일연스님이 이곳에 머물렀다. 운문사는 산사 같지 않은 산사다. 지룡산(658.8m), 가지산(1240.4m), 운문산(1196.4m) 능선 가운데에 자리하면서도 절에 이르는 길은 곧고 평탄하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 범종루에 도착한다. 비구니들은 범종루에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범종과 법고, 목어, 운판을 울린다. 그 소리는 주변의 고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람을 타고 속세로 퍼져 나갈 것이다. 경내로 들어서면 수령 400년이 넘은 ‘처진 소나무’가 가지를 땅에 떨어뜨리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부처를 향해 오체투지 하는 것 같다. 900년 동안 자리를 지킨 만세루와 정갈한 삼층석탑, 단아한 비로전과 오백전 등이 경내에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잡았다. 해가 질 무렵, 경내에는 경건함이 감돈다. 목탁 두드리며 염불하는 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진다. 운문호 드라이브는 운문사에 이르러 끝이 났다. 하지만 운문사에서 새로운 일상이 시작될 것만 같다.
▒View Point 919번 지방도 금천·운문 경계 위치상으로 보면 운문댐 위쪽 고지대에 해당한다. 언덕을 넘으면 곧장 운문호의 수려한 경관이 나타난다. 지대가 높아 운문댐과 운문호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단, 길이 좁고 구불구불해 정차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 공암리 마을 부근 오르막길 20번 국도를 따라가면 공암리 마을에 이른다. 마을 입구 전후에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차를 타고 호수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운곡정사 앞 공터 69번 지방도를 따라 운문사로 향하다 보면 운곡정사와 만난다. 그 앞에 공터가 있다. 멀리 개산과 호산을 배경으로 쪽빛 호수를 감상할 수 있는 곳. 일몰이나 물안개를 보기에도 적합하다.
▒Way to Way 운문면 소재지를 중심으로 두 갈래로 나뉜다. 대천리, 공암리를 지나 치촌리까지 이어지는 20번 국도와 순지리, 방음리를 꿰뚫는 69번 지방도가 그것. 드라이브를 즐긴 뒤 운문사에 가려면 20번 국도를 먼저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경부고속도로 경산 IC까지는 약 4시간 소요. 여기서부터 운문호 까지 30~40분 걸린다.
▒Private Point 공암리 마을 기슭 호숫가로 나가는 길에 철조망으로 만든 문이 있다. 평소에는 잠겨 있어 차량은 통과할 수 없다. 하지만 걸어서 호숫가까지 갈 수 있다. 강아지풀 같은 온갖 잡풀이 빽빽하게 자라난 들판이 인상적이다. 그 모습이 마치 청보리밭과 같다. 그 사이로 마을 사람들이 고기를 잡기 위해 다니는 길이 나 있다. 길을 따라 걸으며 데이트를 즐겨볼 만하다. 물에 잠긴 고목과 병풍을 두르듯 서 있는 바위의 모습도 장관이다.
▒Stay 운문댐 하류에 산수장모텔(054-373-4335)과 운문파크모텔(054-371-5951), 낙원장모텔(054-373-6113)이 모여 있다. 이 가운데 산수장 모텔의 객실이 가장 넓다. 가격은 3만원 선. 또 운문면사무소 뒤에 청운장모텔(054-371-9700)과 운문사 입구의 후레쉬모텔(054-371-0700)이 깨끗하다.
▒Eat 대천횟집(054-372-9388), 박가네민물장터(054-373-7377)는 비교적 오래된 매운탕집. 거목숯불가든(054-371-1102)은 추어탕이 유명하다. 울산아지매집(054-372-6879)과 하얀집(054-372-5599)은 산채비빔밥과 손칼국수가 맛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