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100대 명산 찾기] <42> 가리산
- 올려보니 구름한점
굽어보니 소양호반
이맛보러 어딜가리
동네 뒷산같은 푸근함 … 소박한 '산맛' 긴 여운
가리산은 이웃집 아저씨같이 친근하고 푸근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비경도 없었고, 우뚝 솟아오른 기암괴석이 위압적이지도 않았다. 자연휴양림을 출발해 정상을 거쳐 다시 휴양림으로 내려오는 동안 가리산은 백산찾사 42기를 넉넉하게 품어줬다.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100대명산'은 지난 일요일(15일) 42회 등반지로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가리산을 찾았다. 장마가 시작되기 직전에 청량한 바람과 쨍쨍한 햇살을 마음껏 즐겼다. 백산찾사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무엇보다 울창한 나무들이 6월의 따가운 볕을 가려준 덕분에 백산찾사는 나뭇잎 그늘만 밟으며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오전 9시10분. 휴양림을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계곡이 펼쳐졌다. 물이 많지 않았지만, 물소리는 크고 시원했다. 완만한 오르막인데도 10여분 오르자 땀이 흘렀다. 길은 S자로 이어졌다. 백산찾사가 그 길을 한 줄로 올라가는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30여분 올라 걸음을 멈추고 휴식을 취했다. 이마의 땀을 훔치는 사이, 즉석 강의가 펼쳐졌다. 충남 서산에서 17년째 119구조대원으로 활동 중인 김병돈씨가 강사로 나섰다. 김씨는 구수한 사투리와 말솜씨로 산행에서의 위험 상황 대처법을 설명했다.
백산찾사는 천천히 산을 올랐다. 30여분만에 낙엽송 숲이 나타났다. 다시 걸음을 멈추고 산의 정취를 즐겼다. 시원하게 뻗어있는 나무 사이로 순도 100%의 바람이 불어왔다. 누구라 할 것 없이 "시원하다"는 탄성을 내뱉었다.
오르막은 예상보다 가팔랐다. 그러나 특유의 '거북이 산행'은 초보자의 부담을 한결 덜어줬다. 쉬엄쉬엄 걸으며 등산로 길가에 핀 꽃과 풀,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하나하나 살폈다. 경기도 부천에서 온 최경임씨는 "왕초보여서 1000m가 넘는 산을 오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느긋하게 산행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은 역시 산이었다. 가리산은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능선에 올라 20여분 걷자 갑자기 암벽이 나타났다. 암벽 옆에 설치된 보조물을 잡고 아슬아슬하게, 낭떠러지를 바라보며 겨우 건넜다. 수직에 가까운 가파른 길을 10여분 허위허위 오르자 탁 트인 푸른 하늘이 펼쳐졌다.
2봉과 3봉이 반갑게 맞아줬다. 산행 2시간 30여분만에 처음으로 맑은 햇살을 직접 느꼈다. 멀리 소양호의 일부가 보였다. 짙푸른 물과 연초록 숲이 조화를 이뤄 피로를 씻어줬다. 동서남북 어디를 둘러봐도 푸른 산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무쇠말재를 지나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몇몇 초보 백산찾사는 경사가 심한 탓에 발과 무릎의 통증을 호소했다. 산행 베테랑인 정용권씨가 "하산할 때는 발에 체중의 3배가 실린다. 발걸음을 평소의 3분의 1로 줄여 부담을 줄이라"고 친절하게 조언했다. 일부는 등산로를 잠시 벗어나 더덕을 캐서 배낭에 담으며 여유를 즐기기도 했다.
가리산은 그리 빼어날 것도 없고, 내세울 것도 많지 않았다. 오히려 그 평범함이 백산찾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 가리산은?
가리산(1051m)은 강원도 홍천군과 춘천시 경계에 솟아 있으며, 조망이 뛰어나 '강원 제1의 전망대'로 불린다. 향로봉, 설악산,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과 고산준령이 파도처럼 다가온다. 능선에 우뚝 솟은 정상에 오르면 소양호가 내려다 보인다.
산행은 자연휴양림이나 소양호 물로리선착장에서 시작한다. 휴양림~가삽고개~정상~천현리로 이어지는 10km 코스는 4시간이 소요된다. 선착장 쪽에서는 가령폭포, 용수계곡 등이 시원하다. 어느 코스를 선택하든 정상까지는 빼곡히 우거진 숲길이 이어진다. 정상에는 암봉 세 개가 힘차게 솟아 있다. 정상 아래 바위 틈에서 솟아나는 석간수로 목을 축일 수 있다. 부드럽고 풍요로운 산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번 산행에서는 산악인 박영석씨의 K2 등정, 북극 탐험 등을 취재했던 신언훈씨(SBS 부국장ㆍ사진)가 히말라야의 숨은 왕국인 부탄을 소개했다.
달빛이 환하게 비치는 숙소 마당에서 펼쳐진 강연에서 신씨는 부탄의 대표적인 축제인 '팀푸축제'의 이모저모를 다양한 현장 사진과 함께 설명, 백산찾사 42기를 영화 '여행자와 마술사'의 한 장면 속으로 이끌었다.
신씨는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불교국가인 부탄의 정치적 특징과 유흥을 금지하는 문화, 가난하지만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 등을 자세하게 설명해 박수를 받았다.
::: 베테랑 이순홍씨 모녀 '청산에 살리라'
○…'우리는 등산모녀.' 이번 산행에서는 이순홍(58, 오른쪽), 박상지(24) 모녀가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어머니 이씨는 그동안 백두대간을 2차례나 종주하는 등 국내 대부분의 산을 등반했고 히말라야, 알프스, 킬리만자로 등 세계 주요산도 등정한 베테랑.
이씨는 "등산을 시작한 지는 15년 째지만 일주일에 2,3 차례 산에 올라 실제 등산 경험은 20년이 넘는다"고 말했다.
고2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산행을 시작한 박씨는 "능선보다 바위가 좋다. 산행을 하기 위해 매달 저축을 하고 있다"고 말할 만큼 산에 푹 빠져있다. 두 사람은 대한산악회 등반학교 동기이기도 하다. 오는 8월 로키산맥 등반에 나설 예정. 이씨는 가리산 산행 내내 "아직도 히말라야를 오르는 데 끄떡없다"고 체력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 가리산 산행 참가 독자
제창영 전제은 권영수 윤임숙 진형식 이순홍 박상지 김지형 강정숙 정대균 이종기 김상현 정석운 고영삼 김대연 이기담 김현수 이송이(서울) 장애경 최영상(인천) 김병돈 이종화(서산) 최경임(부천) 류동일(성남) 박성남(과천) 김종식(광명)
::: 구병산 산행에 초대합니다
'한국 100대 명산 찾기'에 애독자를 모십니다. 행사 홈페이지
(www.alpinenews.co.kr)를 방문, '구병산 산행 신청' 배너를 통해 접수를 하면 됩니다. 2008년 7월에는 12~13일 충북 보은에 위치한 구병산을 찾을 예정으로 신청은 오는 30일 정오까지 받습니다. 이 가운데 25명을 선정해 산행에 초대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신청 바랍니다.
/ 스포츠조선
임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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