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백화점에 갔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는 아주머니에게 화장실이 어딘지 물어보려고 “저기요”하고 불렀지요. “네?”하고 돌아본 사람은 아주머니가 아니었습니다. 주름진 얼굴에 검버섯까지 눈에 띄는 할머니였습니다. 머리카락이 까맣고 탄력 있어서 뒷모습만으로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던 겁니다. 굽실굽실한 파마를 한 그 할머니는 머리만큼은 노화가 멈춰버린 듯했습니다. 함께 쇼핑을 갔던 어머니도 “나이가 몇 살이세요?”라고 물으며 놀라워했습니다. 수줍게 웃는 할머니는 어머니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습니다.
다음날 친구들에게 백화점에서 만난 할머니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한 친구가 빙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얘, 그거 부분 가발이었을 거야. 요즘 여성용 패션가발이 얼마나 유행인데. 감쪽같은 데다가 손질도 쉬워서 우리 엄마도 사드렸거든.”
친구의 말을 듣고 나니 중년 여성들이 예전보다 탈모 클리닉을 많이 찾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 탈모는 남성들처럼 한쪽 방향을 향해 빠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숱이 없어져 머리 속이 들여다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머리가 긴 여성들은 모발에 힘이 없어져 고민이라고 말합니다. 아무리 헤어스타일을 바꿔도 흉하게 보인다고 울상 짓는 환자도 있었으니까요. 실제로 폐경기와 함께 탈모가 찾아와 대인기피증까지 걸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아름다움을 지키고 싶은 여성들에게 머리카락은 단순한 신체의 일부가 아닙니다. 영원히 지키고 싶은 젊음의 상징인 것이지요.
탈모를 막기 위해서는 두피관리를 먼저 시작합니다. 모발과 모낭, 두피에 좋은 마사지와 케어를 하는 것입니다. 모든 탈모 치료의 원칙은 덜 빠지고 더 나게 하는 것. 간단해 보이지만 새로운 모발이 나게 하는 것이 특히 어렵습니다. 환자의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하지요. 두피는 항상 통풍이 잘 돼야 하기 때문에 모자나 가발을 피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가리고 싶은 환자들은 외출하는 데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고 울상이지요.
한 조사에 따르면 남자는 전쟁에 나가는 것과 배우자의 사망에서 비슷한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탈모에 대한 스트레스는 전쟁이나 사별보다 더 크다는 웃지 못할 결과가 나왔더군요. 머리카락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남녀를 불문하고 큰 스트레스입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탈모가 생기지만, 탈모는 또 다른 스트레스를 부릅니다. 탈모의 악순환이라 할 수 있지요. 소중한 머리카락 10개를 지킨다고 생각하면서 한 번 더 웃으세요. 머리카락과 건강을 동시에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글 : 김 연 진 | 이화여대 의대 졸업, 이지함피부과 공동원장 역임, 현재 대한피부과의사회 학술위원 및 대한피부미용 외과학회 이사, 퓨린피부과 원장
출처 : 위클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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