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바람이 을씨년스럽다. 서로에게 총을 겨눈 남북의 병사가 비장하게 마주선다. 영화 에서 지뢰를 밟은 이병헌을 송강호가 구해주는 장면은 비무장지대의 긴박감을 화면 가득 펼쳐 보인다. 하지만 관객의 시선은 은은한 달빛 아래 출렁이는 은빛 물결에 가서 멈춘다. 충청도와 전라도를 가르며 도도하게 흘러내린 금강은 서해로 흘러들기 전에 장대한 갈대밭을 펼쳐놓았다. 폭 200m, 길이 1km로 면적이 무려 7만여 평에 이른다. 갈대밭은 모름지기 솜털처럼 부드러운 하얀 꽃이 선선한 바람 장단에 맞춰 춤사위를 펼치는 가을에 가장 아름답다. 하지만 신성리 갈대밭은 한겨울에도 매력을 잃지 않는다.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든 수만 마리의 철새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억서억 바람을 가르는 키 높은 갈대 사이로 산책로가..